김민준VIEW PROFILE →
가상 아이돌의 전성시대: AI가 다시 쓰는 K팝의 미래
플레이브가 밀리언셀러에 오르고 하이브가 AI 오디오 기술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가상 아이돌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K팝은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서 새로운 질문과 마주한다.
무대에 오른 가상의 스타들
K팝 산업에 새로운 형태의 스타가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실제 사람이 아닌, 디지털로 구현된 가상 아이돌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때 실험적인 시도로만 여겨졌던 이 흐름은 이제 음반 판매량과 팬덤 규모에서 실존 아이돌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하며, 업계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음성 합성과 실시간 그래픽, 정교한 모션 캡처 기술이 하나로 결합되면서, 가상의 존재가 노래하고 춤추고 팬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일이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기술의 발전이 곧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 낸 셈이다.
밀리언셀러가 된 플레이브
가상 아이돌의 가능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 준 그룹은 단연 플레이브다. 테크 스타트업 블라스트가 기획해 2023년 3월 데뷔한 이 5인조 가상 보이그룹은, 다른 어떤 가상 그룹도 이루지 못한 상업적 성공을 연달아 거두며 국내외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대표 주자다.
성과는 무엇보다 숫자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2025년 2월 발매된 세 번째 미니 음반 캘리고 파트 원은 발매 첫 주에만 103만 장 이상 팔리며, 가상 K팝 그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밀리언셀러 고지에 올랐다. 이는 가상 아이돌도 충분히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명확히 입증한 사건이었다.
그 기세는 이어진 신보에서도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2026년 4월 공개된 후속작 캘리고 파트 투는 발매 첫 주에 무려 125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플레이브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탄탄한 팬덤을 갖춘 실력파 그룹임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증명해 보였다.
하이브의 AI 실험

대형 기획사들도 이 거대한 흐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이브는 인공지능 오디오 자회사인 슈퍼톤을 통해, 2024년 6월 네 명으로 구성된 걸그룹 신디에이트를 선보이며 빠르게 성장하는 가상 아이돌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만 그 길이 처음부터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신디에이트는 뛰어난 음성 합성 기술로 이목을 끌었지만 탄탄한 팬층을 형성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고, 초기에 불거진 표절 논란까지 겹치면서 기대만큼의 큰 반향을 이끌어 내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하이브의 실험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슈퍼톤 인수를 바탕으로 탄생한 AI 아티스트 미드낫은 여러 언어로 된 노래를 선보이며, 인공지능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 청중에게 음악을 전달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시장에 뚜렷하게 제시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
이러한 개별 사례들은 사실 훨씬 거대한 흐름의 일부일 뿐이다. 업계 전망에 따르면 가상 아이돌 시장의 규모는 2026년 약 20억 달러 수준에서 출발해, 2035년에는 무려 22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불과 십여 년 만에 열 배가 넘는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셈이다.
이제 주요 기획사들의 태도 역시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하이브를 비롯해 에스엠과 제이와이피, 와이지 같은 대형 회사들은 더 이상 이 기술을 도입할지 말지를 두고 고민하지 않는다. 대신 인공지능을 자사 사업의 핵심 모델 안으로 적극적으로 통합하는 단계에 이미 접어든 상태다.
이는 가상 아이돌이 더 이상 변방의 실험이 아니라,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전략으로 확실히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술과 자본이 동시에 몰리면서, 앞으로 더 많은 가상 그룹이 시장에 잇달아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진짜와 가짜, 그 경계의 질문
하지만 이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도 함께 놓여 있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존재가 실재하지 않을 때, 팬들이 느끼는 감정과 유대감은 과연 무엇에 기반하는가 하는, 이른바 진정성에 대한 논쟁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플레이브의 눈부신 성공은 이러한 논쟁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가상의 캐릭터 뒤에는 실제 사람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존재하기에, 그것을 과연 완전한 가상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각이 지금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가상 아이돌이 이미 K팝의 지형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이다. 기술이 만들어 낸 새로운 스타들이 실재하는 스타들과 공존하는 시대에, K팝은 앞으로 대중이 무엇을 진짜 매력으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새롭게 써 나가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