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준VIEW PROFILE →
웹툰의 붓을 든 인공지능: K-웹툰이 마주한 기회와 창작자들의 깊은 고민
전 세계를 사로잡은 K-웹툰 산업에 인공지능이 붓을 들었다. 자동 채색부터 생성형 그림까지, 플랫폼은 반기지만 창작자들은 저작권과 원작성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으며 K-콘텐츠의 핵심 수출품으로 자리 잡은 웹툰. 그 창작 현장에 이제 인공지능이 성큼 들어섰다. 밑그림 자동 채색부터 생성형 그림 제작까지, AI는 웹툰의 제작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변화는 산업에 기회인 동시에, 오랫동안 한 컷 한 컷을 손으로 그려 온 창작자들에게는 깊은 불안을 안기고 있다.
플랫폼이 앞장선 AI 도구
변화를 이끄는 것은 거대 플랫폼들이다. 네이버웹툰은 이미 2021년 초보자도 쉽게 채색할 수 있도록 돕는 자동 채색 도구 'AI 페인터'를 선보였고, 사진과 실사 영상을 웹툰 캐릭터로 바꿔 주는 '웹툰미' 프로젝트도 개발해 왔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생성형 AI 모델 '칼로'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 생성 앱 'B^ 디스커버'를 내놓으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기업과 창작자의 온도차
그러나 기업과 창작자 사이의 온도차는 뚜렷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웹툰 작가 800명을 대상으로 한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실제로 써 본 작가는 18.3퍼센트에 그쳤고, 앞으로 쓸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36.1퍼센트에 머물렀다. 반면 웹툰 사업체의 63.8퍼센트가 AI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답해, 현장과 경영진의 시각이 크게 엇갈렸다.
저작권과 원작성의 딜레마

작가들이 망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조사에서 41.3퍼센트는 윤리와 저작권 같은 법적 문제를 부담으로 꼽았고, 31.3퍼센트는 작품 고유의 원작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했다. 특히 자신이 올린 게시물이 서비스 연구 목적에 활용될 수 있다는 네이버웹툰 약관을 근거로, 자신의 작품이 본인 동의 없이 AI 학습 데이터로 쓰이는 것에 대한 불안이 크다.
규제와 워터마크
제도 역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의 AI 기본법은 생성형 AI 결과물에 워터마크를 넣도록 요구한다. 다만 딥페이크성 콘텐츠에는 눈에 보이는 강한 표시를 의무화하는 반면,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같은 형식에는 감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눈에 보이지 않는 기계 판독용 워터마크를 허용했다. 투명성과 독자 경험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절충안인 셈이다.
결국 K-웹툰은 갈림길에 서 있다. 인공지능은 누구나 창작에 도전하게 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도, 반대로 작가들의 생계와 작품의 고유성을 위협하는 그림자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이 이 둘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내는지는, 전 세계 창작 산업 전체에 하나의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