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준VIEW PROFILE →
K-반도체 너머, 암을 읽는 인공지능: 루닛이 세계 병원으로 향하는 이유
한국의 인공지능은 반도체와 스마트폰만이 아니다. 의료 AI 기업 루닛은 암을 찾아내는 기술로 세계 병원의 문을 두드리며, 2026년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의 인공지능 하면 흔히 반도체와 스마트폰, 그리고 거대 언어모델을 떠올린다. 그러나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세계 시장을 파고드는 또 다른 전선이 있다. 바로 의료 인공지능이다. 서울에 본사를 둔 루닛(Lunit)은 암을 찾아내는 AI로 세계 유수의 병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 장에서 암을 읽어내다

루닛의 핵심은 의료 영상을 분석해 사람의 눈이 놓치기 쉬운 병변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유방촬영술과 흉부 엑스레이 같은 검사에서 인공지능이 의심 부위를 표시해 주면,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다. 최종 진단은 여전히 의사의 몫이지만, AI가 그 판단을 든든하게 뒷받침한다.
이 기술은 더 이상 실험실 안에만 머무는 단계가 아니다. 회사에 따르면 루닛의 유방 영상 AI는 전 세계 330곳이 넘는 의료기관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연간 100만 건 이상의 검진에 활용되고 있다. 임상 현장에 실제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미국 시장을 정조준하다
2026년 들어 루닛은 미국 공략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유방암 진단을 위한 인공지능 생태계를 대규모로 배치하고, 차세대 3차원 유방촬영술 AI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나아가 유방암 '위험 예측' AI에 대해서도 FDA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이미 생긴 병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누가 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지를 미리 가늠해, 검진의 주기와 방식을 개인별로 바꾸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발견에서 예측으로, 나아가 치료 전략의 설계로 인공지능의 역할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학회가 검증하는 기술
루닛은 화려한 마케팅이 아니라 데이터로 실력을 증명하려 한다. 2026년 유럽영상의학회(ECR), 미국암연구학회(AACR),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 세계 주요 학회에서 자사 AI를 다룬 다수의 연구가 발표됐다. 한 연구에서는 병리 AI '루닛 스코프'로 2만 5000건이 넘는 폐암 조직 샘플을 분석하기도 했다.
K-의료 AI의 다음 장
반도체가 한국 AI의 심장이라면, 의료 AI는 그 기술이 사람의 삶에 가장 직접적으로 닿는 지점이다. 루닛의 세계 진출은 한국 헬스테크가 내수를 넘어 글로벌 표준을 넘볼 수 있다는 신호이자, 인공지능이 가장 필요한 곳에서 조용히 제 몫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